시작해 봅니다..
#연극후기 #조선간장 #더시어터 #함극 #광장시장
관극일 : 10/25. 목욜저녁
아주 오래전의 기억이다.
마당에 커다란 솥이 걸리고, 몇일간 고르던 콩더미를 푹 삶아댈 때 느끼던 고소함과 발로 짖이겨 가며 아버지가 네모난 메주를 빗고 방 하나를 차지하던 겨우내 골코롬함을 피웠던 간장 담그기 행사!
아마 조선간장, 왜간장을 기억, 구분한다면 국민학교 졸업자일거다..
아마 초등학교 졸업자는 진간장, 양조간장, 국간장으로 기억할거다.
노동 후 모처럼 찾은 광장시장, 육회 한접시와 빈대떡 한장이 허기진 배를 채우고 두어달만에 만난 친구와 유쾌한 수다로 찾은 대학로 변방 종로5가 더시어터..
지하 2층 계단 단차가 높아 지하4층서 빡시게 계단타고 일한 나를 더 괴롭힌다.






극은 이러하다.
무대 정중앙 정겨운 한지 격자 문양의 셰칸 집이 떡 펼쳐지고 우측 작두샘과 장독대 옹기가 윤을 내며 덩그러이 있는 파평윤씨 18대손 종가집!
청상의 둘째아들 과부 며느리와 노부부의 장담그기가 시작된다.
마루 전등 하나 고치지 못하는 전통의 가부장 남편의 장담그기 노동중 엄청난 투덜임과 고작 새끼 몇 줄 꼬아대며 마는라 구박이 어디 본심이겠는가?
극전개 후 알게되는 슬픈 가좈사의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아내에 대한 사랑였으니~~
350년된 씨간장의 존재가 수년간 찾지 않던 자식들을 불러모으고, 5억이나 되는 기업의 제안에 구성원 모두는 각자의 현실에서 비롯된 가족간의 갈등과 원망이 표출되고
급기야 사고 뭉치 막내 아들은 씨간장을 도둑질해가는 해프닝까지 벌인다.
여기까지는 충분 상상이 되는 전개다..
극의 반전은 여기 부터다.
과거 어느 장 담그는 날 허접한 소금 구매로 인한 장맛 실패를 회복키 위해, 소금 사러간 둘째의 황망한 죽음이 온가족에게 죄채감을 심어주고 살아 온 슬픈 가족사
염마역 여배우의 호연이 20여분 손수건을 띠지 못하는 훌쩍임을 만들고 자식을 먼저 보낸. 어머니의 멍든 가슴과 청상의 서글픈 삶에 시부모를 모신 며느리의 한풀이에...
간장을 통해 바라보는 한국인 삶의 지혜와 정성에 대한 오래전 기억들도 소환하고
씨간장이 갖는 가문과 집안 전통의 기원에 대한 이해도 알게 하고 가족의 참 의미와 시대가 변하고 간장 담는 일이 마트나 마켓컬리 주문 하면 로켓배송이 되는 서대에 살고 있지만
년년히 쌓아온 장독대 한부분을 차지했던 장들이 년도별로 명칭이 다른 간장 종류와 새장을 담글때 씨간장 몇숫갈 덧장하는 의미가..
인간의 삶 또한 묶은 장과 같이 오래도고 꾸준함으로 깊음을 이룰거 같다는 생각을 해보는 바다.
들기름에 조선국간장 한종지에 하얀 쌀밥 마른김 싸먹고 흐뭇해 하는 저승서 온 아들 모습을 보는데 몇년 전 하늘 나라로 간 바로 밑 남동생과 오늘 어머니 역할 한 멍든 가슴의 여배우 얼굴에서 똑 같은 애간장 태우고 있는 어머니가 더욱 안스럽고 ...거시기한 빔이다..